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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책을 냈으면 좋겠어

1.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체 뭘까?

나는 과정을 믿는다.

답을 알고 싶지만, 우리의 삶과 일들이 대부분 그렇듯 답을 모른다.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10년 정도 일했다. 가끔 가족이나 지인이 묻는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뭐야?"

나의 10년에 대한 질문 같아 잘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당근을 인터넷에 파는 일도 유통, 디자인, 상품 소싱, 마케팅, 가격 정책 수립등 여러가지 업무가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여러가지 업무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우리는 때론 익숙한 것을 잘 안다고 믿는다. 나도 퍼포먼스 마케팅 업계에서 오래 몸을 담았기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 안다고 착각했을지 모르겠다. 나의 설명을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내 엄마도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정의하려 한다.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측정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우리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련의 마케팅 프로세스"라고 정의한다. 즉, 측정한 고객 혹은 고객이 될 사람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분석 - 실행 - 설계를 계속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디지털 기반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기존 기업들도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포털 검색 추이는 지속해서 증가한다. 많은 교육기관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교육하고, 온라인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관련된 글이 넘쳐 난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연관된 개념들도 많다.

대략, 퍼포먼스 마케팅을 목표와 운영 매체, 형태에 따라 구분하면 아래와 같다.

  • (마케팅 하려는 서비스의 채널에 따라) 웹 퍼포먼스 마케팅, 앱 퍼포먼스 마케팅, 줄여서 앱마케팅.
  • (데이터를 강조해서) 그로스해킹,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CRM 마케팅
  • (운영하는 매체로 구분해서) 페이스북 마케팅, 검색광고 마케팅, 유투브 마케팅
  • (목적 혹은 목표에 따라) 컨텐츠 마케팅, SNS 마케팅, 인플루언스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디지터 저널리즘, 바이럴 마케팅, 커머스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에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마케팅은 광고의 상위 개념이다. 디지털 마케팅이 상위 개념이고, 하위 요소는 세분화 되어 있다.  

우리는 때론 디지털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구분 없이 사용하거나, 페이스북 마케팅처럼 특정 매체 운영을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정의한다.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도 고객의 요청에 따라 바이럴 광고, CRM 광고, 홈페이지 개선 제안등도 진행하기에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에이전시에서 데이터 마케팅, 그로스해킹등으로 자신들의 세일즈나 포지셔닝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개념적 혼란은 특정 매체 운영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좁게 해석하거나, 광고와 마케팅을 동일하게 보거나, 디지털 데이터를 보는 활동으로 확대 해석하기에 발생한다. 디지털 마케팅은 지속해서 세분화 되었지만, 세분화된 영역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매출을 확대하는 거 아니에요? 묻는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결과 지향적이기에 일리가 있다. 명확한 정의를 위해서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1. 디지털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은 측정 가능함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가속 시켰다. 고객이 디지털로 이동함에 따라 디지털 지면의 광고 수요도 커졌다.

디지털 시대는 '누군가의 행동이 측정 가능한 시대'인데, 디지털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 구글, 카카오, 페이스북등 광고 매체들은 고객을 더욱 잘 측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글 애널리틱스, 앰플리투트, 앱스플라이어 같은 트래킹 툴은 성과와 고객 여정까지 측정하고, 기술적 정밀성은 점점 높아진다.

예를 들어 특정 사이트, 앱에서 누군가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디지털 광고는 물건을 구매한 고객의 디지털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사이트에 들어왔다가, 3일이 지나 네이버에서 물건명을 검색해서 사이트에 들어와서 2분 30초 동안 설명 페이지를 읽고, 회원 가입을 한 다음에 물건을 구매했다"는 고객의 구매 여정을 분석한다.

고객의 방문 기간은 얼마인지, 구매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 나아가 그들이 관심 분야도 무엇인지 분석한다.

이런 배경에서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발전을 아래와 같은 순서라고 본다.

a. 디지털의 성장(고객의 디지털 이용의 강화) -> b. 디지털 광고의 성장 -> c. (데이터로 성과를 측정 가능함)이 퍼포먼스 광고의 성장.

 

2.퍼포먼스 마케팅은 목표 지향적이다.

전체 디지털 마케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세부 영역이다. 다만, 디지털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 영향을 준다.

우리의 목표가 전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을 때, 목표 달성 여부가 측정되다면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디지털 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퍼포먼스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특정 서비스가 제공하는 업무와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이가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듣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믿음은 아래와 같다

  • 퍼포먼스 마케팅은 매출을 높이고, 고객을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실적을 견인한다.
  • 마케팅 활동이 측정되니, 나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명확히 알고, 다음 액션 플랜을 설계할 수 있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접근한다.)
  • 특정 매체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애널리틱스를 기반한 디테일한 매체 운영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 방법이다.

각각의 믿음에는 의미와 이유가 있다.

 

4.(매출 변동을 측정할 수 있지만) 매출은 퍼포먼스 마케팅만으로 견인 되지 않는다.

퍼포먼스 에이전시의 수익은 고객을 컨설팅하고, 미디어 실행하는 예산에서 발생하지만 나는 특정 서비스/상품이 광고가 아닌 자연 판매 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광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보다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반응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PMF라는 건데 이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고, 쉽게 말하면 제품 혹은 서비스가 고객과 완전 Fit해야 된다.)

이미 퍼포먼스 광고를 집행하고 있더라도 특정 매체의 효율 증가보다 오가닉의 증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브래딩, 혹은 유통 구조의 개선등으로 인한 가격 혜택등 서비스/제품이 가지는 특징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자연적인 증가 )

 

5.퍼포먼스 마케팅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특정 시점이 되면 제품과 서비스의 성과를 높인다.

브랜드 로얄티가 높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과는 극적으로 상승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6.특정 제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필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브랜드 캠페인이 퍼포먼스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일부 측정 가능하다.

브랜드 캠페인의 성과가 측정 가능하더라도 (아직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면이 많다.) 유통, 단가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매출 상승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중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트래커에 매출의 극적인 상승 지표가 찍혔다 하더라도 (해당 퍼포먼스 마케팅 설계가 잘한 면도 있지만) 다른 요소들도 함께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

 

7.디지털 매체 운영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전부는 아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미디어 실행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미디어 실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행하고, 실행하고 또 실행한다. 다만, 디지털 매체를 성과에 기반해서 운영하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전부라는 생각은 나는 편협한 생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의 상품은 주로 20대 ~ 30대 여성이 구매하니 그들을 타겟한다. 서브 타겟으로 확장도 필요하니 10대까지 타겟을 확대하고 일주일 정도 테스트를 해본 뒤 검증한다.

우리 고객들은 뷰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뷰티 관심사로도 테스트를 설계한다.

소재 테스트도 필요하니 1) 할인 2) 제품의 효용등 나누어서 소재를 셋팅한다.

그리고 지역 별로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별 예산 설정을 다르게 하기 위해 지역 별 구매도 모니터링한다. 테스트 할 설계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식의 단단한 캠페인 설계가 퍼포먼스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캠페인을 꼼꼼하게 설계해서 가설을 증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특정 매체의 꼼꼼한 운영은 성과 개선의 요소이지, 퍼포먼스 마케팅의 전부는 아니다.

특정 매체를 통해서 직접 구매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후에 그 노출 효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매출 상승이 매체의 셋팅이나 설계뿐 아니라 프로모션이나 홍보 사이트나 앱의 UX 변경등 여러가지 이유일 수도 있다.

우리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매체의 운영도 있지만 인입 된 고객이 결제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프로모션도 필요하고, 상품에 대한 선택도 필요하다.

매체를 페이스북만 운영해도 미디어 - 사이트/앱 - 프로모션 - 서비스 경쟁력 등 많은 요소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8.우리가 얻은 고객 데이터보다 실제 고객의 행동은 좀 더 복잡하다.

내가 아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상의 한계라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곧 내가 보는 세상의 한계 같다.

같은 의미로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를 읽고 이를 기반한 의사 결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애널리틱스를 통해서 얻은 데이터가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아직 디지털 상의 모든 것이 측정할 수 없다. 

고객의 디지털 여정은 복잡하기 때문에 선 후 관계 측정이 어렵고, 오프라인 효과까지 측정은 더욱 먼 일이다.

데이터 정합성도 문제가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특정 트래커 툴의 시간대 기준을 잘못 계산해서 모든 것이 오류였고, 그 오류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

특정 매체가 세일즈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기여 모델도 아직 정확하지 않다.

날씨, 습도, 주중, 주말, 낮과 밤, 등 많은 환경 변수가 있고, 거기에 더해 미디어의 급격한 단가 상승, 정책의 변화, 뉴스 PR 기사등의 영향등 측정 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다. 우리가 보는 애널리틱스 혹은 매체의 데시보드로 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애널리틱스를 통한 데이터 확인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애널리틱스를 통한 데이터 분석은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를 정리해보면,

1.고객을 분류하고, 분류된 고객 기준으로 끊임없이 가설을 설계해서 성과를 개선한다.

고객을 신규 고객, 기존 고객, 휴먼 고객을 분류했다고 가정하고,

기존 고객 데이터를 봤을 때, 1) 할인 혜택에 반응하고 2) AA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지속해서 물건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A 제품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메세지를 만들고 테스트한다. 성과가 개선 됐다면 1) 제품을 단품으로 보여줄지, 2) 패키지로 보여주느냐를 테스트하고, 성과가 높은 가설에 비용을 투여한다. 

이런 디테일한 가설을 계속해서 설계하고 테스트한다. 고객 분류는 신규, 기존, 휴먼 고객처럼 우리 서비스를 이용 여부, 연령, 성별등 기본적인 구분 그리고 고객의 취향이나 행태까지 다양하게 분류한다.

 

2.사이트나 앱의 서비스/상품군을 분류하고, 분류된 기준으로 끊임없이 가설을 설계해서 성과를 개선한다.

상품 또한 여러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가격대 (1만원 ~ 3만원, 3만원 ~ 5만원), 상품 종류(상의, 하의, 소품등), 상품에 달린 댓글수등등

고객 분류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분류에 맞춰 가설을 테스트하고 개선 작업을 지속한다.

(랜딩을 바꾸고, 메인으로 팔리는 물건을 정하고, 프로모션 페이지의 원 메세지를 컨설팅하고, 고객 앱의 성장 단계에 맞는 미디어를 계획한다.)

 

3.앱 혹은 사이트의 성장 단계를 분석하고 각각의 성장 단계 별로 미디어를 설계한다.

MAU, 경쟁 상황, 세일즈 단계에 따라서 비용 투입과 미디어를 차별화 한다.

단순 미디어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앱과 사이트 등 서비스의 현 상태를 판단하고 미디어를 설계한다.

 

4.인입 된 고객 행동에 따라 분류하고, 분류된 액션 별로 가설을 설계하고 성과를 개선한다.

우리의 고객이 인입 후에 바로 이탈했는지, 특정 페이지에 몇 시간 머물렀는지, 회원 가입은 했는지,

각 채널에 맞는 분석 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류하고, 캠페인을 설계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잠재 고객 설계뿐 아니라 홈페이지/앱의 개선등도 컨설팅한다. (고객의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해 UX 개선) 블레이즈 같은 CRM 툴을 쓰면 고객 푸시 메시지도 위의 가설에 맞춰서 설계에 반영하거나 제안한다.

이러한 분류는 무한하다.

미디어별로 구분, 페이스북/검색/구글

인입 된 고객 키워드 니즈에 따른 분류

판매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소들 (날씨, 요일, 특정 키워드의 이슈화등)

마케팅 퍼널별 분류

 

결론적으로 각 과정별 가설을 설계한 분류 기준을 만들고, 가설과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매일, 매시간등 특정 루틴으로 각 과정의 성과를 0.01%라도 개선하는 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업무고, 그 업무가 곧 퍼포먼스 마케팅의 구체적인 정의라고 본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내린 정의 또한 변화할 것이다.

스스로 정의 내린 것을 업데이트 할 필요는 있지만, 결국 실행 그리고 개선의 무한 반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디지털 마케팅은 세분화의 역사였다. 앞으로는 기술 발전으로 통합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