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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6월 21일 생각의 탄생, 동물원

대학교 시절 인권을 배울 때,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면, 권리와 권리 사이의 조율은 누가 하지?" 라고 고민했다.

참 쓸모없는 고민이지만,

1)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고

2) 인간은 '나, 우리' 위주의 자신에 속한 것을 중시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배웠다.

 

주말에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중학교 소풍 때 이후로 처음이다. 20년만이다.

나는 에버랜드가 45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 기억에 상당히 넓고 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와 본 에버랜드는 작았다.

최소한 크기에 놀라지 않았다. 

 

여러 동물들을 봤다. 아들에게 '이건 도마뱀이야.' '이건 일본원숭이야.' 동물들을 설명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슬퍼 보였고, 힘이 없어 보였다. 그들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스트레스가 심해 보였다. 

그들의 존재 이유가 나의 아들에게 동물이 이렇게 생겼다는 현실 정보 제공, 신기함이 전부일까?

나는 아들에게, 나의 후손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하는지 헷갈렸다.

 

나는 아들에게 인간이 동물의 자유를 빼앗는 이유가 사람들의 호기심과 눈 요깃거리,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어떤 가족의 소풍을 위해' 라고 이야기 해줄 수 없었다.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흑인들이 동물원의 동물처럼 전시됐던 시절이 있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졌고, 아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숭이는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걸 굳이 동물원에서 알려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동물원은 보호해야 할 동물을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한다. 다만, 내가 본 동물원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다시는 동물원에 가질 않을 것 같다.